[스포츠Q(큐) 이건하 객원기자] 승패를 반드시 가려야 하는 스포츠.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그 속엔 수많은 감정과 복잡한 심리가 있다. 늘 최상의 경기력을 요구받는 선수들은 훈련 과정에서 불안, 압박과 마주하곤 한다.
JOB아먹기가 이번에 만난 스포츠심리 전문가 서지예 박사는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본인이 직접 치열한 경쟁, 흔들리는 순간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젠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선배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는 그를 인터뷰했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운동선수 전문 심리코칭 센터 마인다즈를 운영하고 있는 서지예입니다.”
- 태권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을 당시 금메달을 획득한 정재은 선수의 시상식 장면을 보며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가대표의 꿈을 갖게 됐고 자연스럽게 길에 들어서게 됐습니다.”

- 선수 시절 경험한 심리적 어려움과 압박이 있다면.
“가장 큰 어려움은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시기를 견디는 과정이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전까지 메달이 없었지만 목표와 열망만큼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기대한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시간이 이어지면서 심리적인 부담이 커졌습니다. 또한 태권도는 상대 선수와 직접 경쟁하는 종목인 만큼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느끼는 부담감도 상당했습니다. 여기에 팀 내에서 기대받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더해지면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압박을 크게 느꼈습니다.”
- 선수 경험이 진로 선택에 미친 영향은.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기량이 충분함에도 실제 경기에서 이를 온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기마다 퍼포먼스 편차가 있고 그 원인에는 불안과 압박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심리적 요인으로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선수들이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선수에서 연구자이자 상담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진로 변경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대학원 입시 준비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선수 생활 이후 학업 중심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뛰어난 학생들과 경쟁하며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과정도 필요했습니다. 이후 강점을 살려 공부와 연구를 이어가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 스포츠심리상담가의 역할과 업무는.
“상담 전 준비부터 상담 진행, 사후 분석까지 전 과정을 담당합니다. 선수의 상태와 상담 이력을 바탕으로 상담 방향을 설계하고 상담 이후에는 내용을 분석해 개별 특성에 맞는 개입 방안을 마련합니다. 선수마다 불안의 원인과 배경이 다른 만큼 맞춤형 코칭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입니다.”
- 스포츠심리 전문가가 되기 위한 과정은.
”관련 전공 대학원 과정 이수가 필수적이며 진로에 맞는 연구실과 지도교수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현장 전문가와 연구자에 따라 필요한 경험과 연구 방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자격증으로는 스포츠심리상담사가 있으며 학부생도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 스포츠심리 전문가의 활동 분야는.
”크게 연구와 현장으로 나뉩니다. 연구 분야에서는 대학 교수, 연구원, 연구기관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으며 한국스포츠과학원 같은 기관에서는 연구와 국가대표 선수 지원을 함께 수행하기도 합니다. 현장에서는 국가대표팀이나 프로구단의 멘탈코치로 활동할 수 있으며 교육, 상담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이 가능합니다.“
- 스포츠심리 산업의 채용 구조는.
”공개 채용보다 추천과 네트워크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 능력과 현장 이해도, 선수와의 소통 역량은 학위나 자격증만으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학업뿐 아니라 현장 경험을 쌓고 꾸준히 전문성을 입증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 스포츠심리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준비는.
”대학 시절에는 이론뿐 아니라 실제 현장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한국스포츠심리학회에서 운영하는 자격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관련 분야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관심 있는 교수님의 연구실에 참여해 프로젝트나 세미나를 경험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논문을 읽고 토론하거나 연구 보조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스포츠심리 분야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기회를 찾아가는 태도입니다. 관심 있는 연구실에 직접 연락해 참여를 문의하는 적극성도 필요합니다. 아직 스포츠심리 산업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기다리기보다 직접 부딪히며 경험을 쌓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스포츠심리 전문가에게 필요한 역량은.
”상담 능력 외에도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중요합니다. 종목마다 사용하는 용어와 경기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면 선수들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경기 해설을 시청하거나 관련 자료를 찾아보는 등 종목별 특성을 공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선수들에게 직접 질문하며 이해도를 높이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이처럼 선수의 종목과 환경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쌓일수록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되며 보다 깊이 있는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스포츠심리 상담과 일반 심리 상담의 차이는.
“현장에서 선수들을 만나며 스포츠심리 상담과 일반 심리 상담의 경계가 생각보다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선수들은 경기력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일상적 고민도 함께 겪기 때문입니다. 스포츠심리 상담이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둔다면, 일반 상담은 대인관계와 정서 문제 등 삶 전반의 어려움을 다룹니다. 현재 저는 두 영역을 함께 지원하며 선수들의 전반적인 심리 건강을 돕고 있습니다.”

- 선수 상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자신의 심리 상태를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불안한 모습이 드러나더라도 스스로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신체 반응을 정확히 알아차려야 적절한 조절과 개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인식하고 다루려는 태도를 중요하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 경기력 향상에서 멘탈 관리의 영향력은.
”효과는 선수의 기량 수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선수에게는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하며 실제로 멘탈 코칭 후 경기력이 향상되거나 중요한 순간의 부담을 극복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따라서 멘탈 관리는 상위 수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멘탈이 강한 선수의 특징은.
”패배와 실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결과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또한 성실한 훈련을 바탕으로 스스로 목표와 훈련 방법을 확장하며 능동적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결과를 수용하는 태도와 주도적인 훈련 자세가 멘탈이 강한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슬럼프를 겪는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하는 조언은.
”먼저 실제 슬럼프인지부터 확인합니다. 이후 슬럼프가 시작된 원인을 함께 분석하고 회복 방향을 설정합니다. 또한 회복에 대한 확신을 잃지 않도록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며 점진적인 경기력 회복을 돕고 있습니다.“

-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 멘탈코치 활동 경험은.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되면서 선수들에게 큰 심리적 혼란을 안겨준 대회였습니다. 대회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했던 만큼 오랜 기간 준비해온 선수들에게는 목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훈련 제약과 일정 변화 속에서도 심리적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특히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또한 올림픽 무대가 주는 압박감은 다른 국제대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을 체감했습니다. 이후에는 선수들의 말뿐만 아니라 표정, 행동, 컨디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살피며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습니다.“
- 최근 합류한 프랑스 태권도 국가대표팀 멘탈코치의 역할은.
“현재 프랑스 태권도 대표팀 선수들의 심리 지원과 경기력 향상을 돕고 있습니다. 2028 LA 올림픽을 앞두고 주요 국제대회에서 안정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멘탈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화상 상담과 심리검사를 바탕으로 선수별 맞춤형 코칭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스포츠산업 내 스포츠심리의 위치는.
”산업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입니다. 제한된 예산과 인력 운영 속에서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선수들의 지속 가능한 선수 생활을 위해 스포츠심리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상담 사례는.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절박한 마음으로 상담을 시작한 선수들이 회복 과정을 거쳐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때입니다. 특히 상담을 받은 선수가 스포츠심리를 새로운 진로로 선택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이야기할 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선수의 변화와 성장을 함께하는 과정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입니다.“
- 기자, 아나운서에게 추천하는 스포츠심리 관련 도서는.
”체육기자나 아나운서를 준비한다면 선수들의 실제 생각과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서적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추천 도서는 오효주 전 KBS N 아나운서와 야구선수 이정후가 함께 엮은 ‘긍정의 야구’입니다. 선수의 시선에서 바라본 심리와 고민을 쉽게 풀어낸 책입니다. 특정 종목을 넘어 선수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며 스포츠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입문서가 될 수 있습니다.“
- 좋은 멘탈의 의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나 실수를 지나치게 붙잡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는 힘입니다. 경기에서 실수하더라도 결과에 매몰되지 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며 승패와 관계없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결국 좋은 멘탈은 상황을 수용하고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선수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선수들에게 전하는 조언은.
”선수 생활을 통해 쌓아온 끈기와 자기관리 능력은 새로운 분야에서도 큰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새로운 선택이 평생의 결정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탐색하고 도전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두려움보다는 경험을 통해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선수 이후 삶을 준비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스포츠산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스포츠산업에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스포츠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또한 스포츠는 더 이상 선수들만의 영역이 아닌 만큼 건강과 운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 확대 속에서 다양한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단순히 직무를 찾는 것을 넘어 스포츠를 어떻게 사람들의 삶과 연결하고 새로운 가치로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