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Q(큐) 이연우 객원기자] 찰나의 움직임, 한 번의 동작으로 경기 결과는 달라진다. 단 한 순간이 모든 것을 뒤집는 것, 그게 축구의 묘미다. 경기장에선 스쳐 지나가는 1초지만 사진은 그 시간을 붙잡는다. 운명이 바뀌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하는 직업, 스포츠 포토그래퍼다.
스포츠JOB아먹기의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10년째 축구 현장을 기록하고 있는 곽동혁 포토그래퍼다. 고려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포항공과대학교(POSTECH)에서 근무했던 그는 결국 마음이 향한 축구장을 선택했다. 사진을 향한 열망 하나로 스포츠 포토그래퍼가 된 그를 만났다. 사진을 사랑하는 그의 소원, 오래 사진을 찍는 것이다. 곽동혁 포토그래퍼.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안녕하세요. FAphotos(에프에이포토스)에서 10년 동안 축구 사진을 찍고 있는 곽동혁입니다.”- FAphotos는.“한국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축구 경기와 행사들을 촬영하는 축구 사진 전문 회사입니다. 촬영 후 웹사이트에 아카이브하고, 그 사진들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록물도 제작하고 있습니다.”- 포토그래퍼의 업무는.“경기장에서 사진 찍는 일이 가장 많습니다. 시즌 중엔 일주일에 2~3번 정도 경기장에서 촬영하고, 미디어데이처럼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진행하는 행사들도 촬영합니다. 시즌이 끝나면 각 팀의 전지훈련장에 찾아가 훈련하는 모습을 찍기도 합니다.”- 경기 있는 날 일과는.
“킥오프 3시간 전 경기장 도착이 루틴입니다. 도착 후 쓸 장비를 정리하고 세팅을 마친 다음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스케치합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 선수단이 도착하는 모습을 촬영하고 또 양팀 감독님들의 경기 전 인터뷰들을 담습니다. 킥오프 전까진 계속 선수단이나 팬들의 동선을 따라서 다양한 모습을 남깁니다. 경기 중엔 당연히 사진을 열심히 촬영하고, 경기 후 인터뷰와 기자회견 촬영 혹은 팬들이 보여주는 인상깊은 장면들도 있으면 촬영합니다. 이후 경기장에서 가볍게 1시간 정도 마감하고 경기장을 떠나게 됩니다.”- 경기가 없는 날은.
“축구와 떨어져서 일상을 보내고 싶지만 경기 외에도 축구 관련 일들이 계속 있습니다. 전날 찍었던 경기의 사진 마감을 다 못 끝낸 경우엔 계속 마감하고 있어 시즌 중엔 일이 쭉 이어지는 것 같아요."- 시즌이 끝나면. “K리그의 경우 한 시즌의 사진들을 모아 사진집을 몇 년째 만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 새 시즌 관련 일을 합니다. 전지훈련장도 나가고요.”경기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 포토그래퍼가 된 계기는.
“꼭 ‘포토그래퍼가 돼야겠다, 축구 쪽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사진은 굉장히 좋아했어요. 아버지가 쓰시던 카메라를 갖고 놀고, 군대에서도 사진 찍을 기회가 생기면서 조금씩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전역 후 대학신문사 사진기자로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진 관련 일에 조금씩 마음이 갔고요. 그래서 계속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도 취미처럼 사진을 계속했는데, 그러다 보니 기회가 찾아와서 어느 순간부터 축구 사진을 찍게 된 것 같아요.”- 안정적인 직장을 포기했는데, 후회는 없는지.
“그만두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은 있어요. 근데 후회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 일하면서 스스로 즐거웠다는 느낌은 없었거든요. 오히려 지금의 삶이 일하면서 더 즐겁고 보람을 찾을 수 있어서 후회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축구의 매력은.
“접근이 쉬운 것 같아요. 워낙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도 하고요. 규칙도 쉽게 익히고 즐길 수 있다는 면에서 축구가 매력 있다고 생각합니다.”- 축구의 어떤 부분을 사진에 담고 싶은지.
“아마 사람마다 다양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어떤 순간을 포착한 한 장의 사진보단 여러 장의 사진 흐름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경기에 뛰는 특정 선수, 특정 팬의 감정 변화나 감정 표현의 순간들을 경기 내내 긴 호흡으로 지켜보고 찍는 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와 팬들은 계속 감정이 바뀌잖아요. 그런 흐름을 쫓아가는 게 재밌는 것 같아요.”- 영상과 비교했을 때 사진의 장점은.
“굉장히 다른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으로 분명히 봤어도 똑같은 상황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저 영상에서 저런 표정이나 감정 못 봤는데?’ 하는 순간들이 많거든요. 영상은 상황을 전반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면이 좋은 반면 사진은 그 영상을 본 분들도 못 봤던 장면 하나를 꺼내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손흥민. [사진=본인 제공]
- 가장 기억에 남는 사진은.
“찍었던 사진을 다 애정하지만 의미 있는 기록의 순간을 찍었던 것이 아무래도 기억에 남습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우승 때 손흥민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그라운드로 뛰어들어가는 장면을 찍었던 게 기억나고요. 또 2019 FIFA(국제축구연맹)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때 이강인 선수가 골든볼 수상 후 트로피를 들고 라커룸의 태극기를 배경으로 찍은 게 있어요. 그 사진도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폴란드 U20 월드컵 당시 이강인. [사진=본인 제공]
- 가장 기억에 남는 피사체는.
“이강인 선수입니다. 국가대표팀에 처음 소집되던 때부터 사진을 찍었거든요. U-20 월드컵도 같이 가서 직접 가족들하고 손수 색칠한 신가드를 구경하고 들고 사진도 찍었어요. 그 이후 제가 이강인 선수의 신가드를 만들어 주는 일도 있었고요. 이런 스토리들이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올해 이강인 선수 도움으로 파리 생제르맹(PSG)의 리그1 우승 현장에서 트로피를 든 모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어요. 이강인 선수와는 사진과 얽힌 여러 좋은 기억들이 많습니다.”우승 메달을 들고 있는 PSG 이강인. [사진=본인 제공]
- 경기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은 없는지.
“옛날엔 많았어요. 관중석에선 경기 상황과 경기장 전체가 다 보이잖아요. 근데 저희는 망원 렌즈로 보다 보니 가끔 어떤 상황에서 누가 골을 넣었는지 헷갈리는 순간들도 있고, 경기를 정확하게 못 보는 상황이 생겨요. 예전엔 정말 아쉬웠는데 요즘은 나름의 재미가 있는 것 같아 그냥 경기를 보고 있으면 오히려 덜 재밌는 느낌을 받기도 해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축구 사진을 찍을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리 예측하는 것입니다. 경기마다 집중하는 포인트들이 있잖아요. 선수 기록이 달려있거나, 팀적으로 의미가 있거나. 사진을 찍는 이도 당연히 그 포인트에 집중하게 됩니다. 근데 그 순간들을 어떻게 멋지게 보여줄까 생각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게 계속 예측하는 일인 것 같아요. 선수의 동선이나 행동을 미리 예측하고 있어야 안 놓치고 찍을 수 있거든요. 스포츠 사진, 축구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라 생각합니다.”- 사진 잘 찍는 법은.
“이 사진을 왜 찍으려고 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진 찍는 일도, 글 쓰는 일도 결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기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이 사진을 왜 찍는지 알고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알면 잘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걸 모르고 기계적으로 찍는 사진이 요즘 정말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찍는 의도를 더 생각해 보는 게 사소하지만 엄청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사진은.
“앞 질문과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찍은 사람의 의도가 느껴지는 사진들이 있거든요. 단순히 멋있어 보이려고 기교를 부렸구나 느껴지는 사진이 있는 반면 이런 말을 하기 위해 이런 기교가 필요했겠구나 느껴지는 사진이 있어요. 전자보단 후자가 잘 찍은 사진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아요.”현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본인 제공]
- 촬영과 보정 중 더 중요한 것은.
“예전엔 무조건 촬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보정 실력이 좋아도 못 찍은 사진이면 어떻게 하든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을 가장 많이 보여주잖아요. 그 정도 사이즈에서 보여지는 사진은 좀 못 찍어도 커버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진을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음에도 전문 장비로 찍은 사진이 필요한 이유는.
“사진을 비교했을 때 전문적인 장비로 찍은 사진에서만 느껴지는 입자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좋은 화질에서 주는 감동이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또 전문적인 장비들은 여러 가지 렌즈를 쓸 수 있잖아요. 다양한 시도들도 많이 하게 되고, 다양성도 확보되는 것 같아요.”- 본인에게 사진이란.
“계속 하고 싶은 일입니다. 축구가 없는 날에도 늘 작은 카메라를 들고 다니거든요. 항상 기록하고, 따로 사진을 모아두고요. 그냥 계속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아직까진 있는 것 같아요.”아이콘매치 라커룸에서. [사진=본인 제공]
- 스포츠 포토그래퍼가 되려면.
“제가 전형적인 채용 과정을 거쳐 일하고 있는 게 아니라 지금의 시장을 잘 알진 못해요. 주변을 보니까 스포츠 포토그래퍼가 큰 시장은 아니더라고요. 그렇지만 진짜 하고 싶은 분들은 현장과 맞닿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잖아요. 구단에서 운영하든, 연맹이나 협회에서 운영하든. 그런 것들에 꼭 참여해 현장에 있는 담당자분들을 만나 교류하고, 그 안에서 포트폴리오를 계속 쌓으면 좋은 기회들이 무조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역량은.
“사진을 잘 찍는 건 당연하고요. 진짜 스포츠를 좋아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안 지치고 일할 수 있는 것 같거든요. 무거운 장비들을 들고 다녀야 하고, 경기장에도 오래 있어야 해 체력도 뒷받침돼야 해요.”- 전망은.
“잘 모르겠지만 더 커질 것 같진 않아요. 하지만 스포츠 포토그래퍼만의 역할은 분명히 있으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은 꾸준히 계속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축구 사진을 오래 찍고 싶어요. 근데 이것만 계속하기보단 축구를 찍으면서 체득한 노하우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싶어요. 가벼운 일상이나 여행 사진 같은 것들도 제 시선으로 담는 개인 작업을 계속 해 나가고 싶어요.”- 스포츠 포토그래퍼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사진 찍는 걸 진짜 좋아하고, 스포츠를 진짜 좋아하면 무조건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