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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JOB아먹기(210) 유효상] 야반도주, 야구를 보는 색다른 시선

2025.09.26

[스포츠Q(큐) 김채은 객원기자] 매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는 1000명 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도전장을 내민다. 그러나 지명되는 이는 110명. 지난 17일 열린 2026 지명회의에서도 프로 유니폼을 입은 확률은 단 8.7%였다. 


아직은 어린 나이. 더 노력할 기회가 충분하고 다른 꿈을 펼칠 수도 있지만 호명되지 못하면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아마추어 무대의 땀과 눈물이 화려한 프로 무대에 입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묻히는 순간이다.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유효상은 이 치열하고 냉정한 현실 속에서 한국야구의 구조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어두운 곳을 계속해서 조명하고 시스템의 허점을 꾸준히 지적한다. 그가 운영하는 '야반도주'라는 채널에서 따뜻함이 느껴지는 까닭이다.  

카메라로, 펜으로 선수 개개인의 이야기를 담는 유효상을 인터뷰했다. 
 

손윤(오른쪽)과 아마추어 야구 선수 학부모 강연. [사진=본인 제공]
아마추어 선수 학부모 강연에서 손윤(오른쪽) 씨와.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아마추어 야구를 주로 다루는 프리랜서 칼럼니스트 유효상입니다.”

- 야구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초등학교 때 잠깐 엘리트 야구를 했는데 너무 힘들었던 기억만 남아 있어요. 그래도 직접 해봤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야구를 즐겁게 볼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은 마련돼 있었죠. 야구를 워낙 좋아했지만 원래는 공무원을 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고민하다 보니 주변 친구들이 다 이쪽으로 진로를 정했고 저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됐습니다. 언론사에 처음 들어간 것도 기자 정신이 있어라기보단 친구를 따라간 거였죠.

어떤 성취를 이룬 분들이 ‘어렸을 때부터 뚜렷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하시곤 하는데 사실 그런 경우는 드물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은 살다 보면,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좋은 사람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길이 이어지는 거라고 봅니다.”

- 중앙일보, 네이버스포츠, 야구친구 등을 거쳤는데.


“처음 입사한 곳은 중앙일보 인터넷 조인스닷컴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뽑힌 이유는 메이저리그(MLB) 속보 대응 때문이었어요. 박찬호, 김병현 경기 속보 쓰는 게 큰일이었는데 빠르게 기사쓰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4~5년을 보내고 중앙일보 내부 조직 개편으로 중앙 엔터테인먼트 스포츠라는 부서에 스카우트돼 잠시 일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언론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고 네이버로 이직하게 됐습니다.

네이버에서 8년간 일하면서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유통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습니다. 당시 맡았던 작업 중 하나가 국내 최초로 포털과 프리랜서 라이터의 계약을 추진한 것이었습니다. 첫 담당자가 바로 저였죠. 그걸 계기로 포털 업계 전반에서 김형준 해설위원 같은 여러 필진들과 계약이 이어지게 됐습니다. 하지만 조직이 점점 경직되는 걸 느끼면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졌고, 결국 스타트업 '야구친구'를 창업했습니다.

7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면서 스타트업이 열정만으로는 안 되고 경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문제와 건강 악화로 결국 정리하게 됐고 2년 정도 재충전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2020년부터 제 이름을 걸고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아마추어 야구 콘텐츠에 집중하면서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방송 출연과 다양한 콘텐츠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사실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2011년에 발간된 '드래프트 리포트'라는 책을 코디네이팅했는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도해보고 싶었어요. 당시 가장 큰 고민은 아마추어 선수들의 랭킹을 매겼을 때 부모님들의 강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죠. 하지만 결국 해보자는 결심을 했습니다. 어떤 콘텐츠든 단번에 안착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기획 단계에서의 고민도 필요하고, 대중이 이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걸립니다. 아마추어 콘텐츠도 그렇게 오랜 준비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죠."

- 가장 큰 전환점은.


“첫 번째는 언론사에서 네이버로 옮겼을 때였습니다. 배워야 할 프로그램이 5개 이상이었고 용어도 전혀 달랐습니다. 생소한 IT 용어들을 접하며 모르는 단어들이 너무 많아 당황스러웠어요. 스포츠 파트장을 맡으면서 근무표 짜는 것부터 IT 업무까지 모두 새로 익혀야 했는데 이 과정이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중요한 변곡점이 됐습니다.

두 번째는 야구친구를 창업했을 때였습니다. 그동안 PC 기반의 경험만 쌓았던 제가 모바일 콘텐츠라는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야 했거든요. 당시만 해도 모바일은 초기 단계라 PC 콘텐츠를 모바일 형태로 전환하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아예 모바일 전용 콘텐츠를 기획했기 때문에 글자 수에 따른 가독성이나 기종별 표시 방식을 하나하나 포토샵으로 테스트하며 최적화를 시도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하루 10분만 투자하면 야구의 기본을 알 수 있다.’ 화장실에 앉아 있는 10분이라도 야구를 팔로잉할 수 있게 해주자는 거였죠.

그 결과 전일 경기 시청률 순위 분석, 그 경기의 해설자는 누구였고, 날씨는 어땠는지 등 기존에 없던 서비스들을 만들었고 스포츠 케이블 4개 방송사가 회의 자료로 활용할 만큼 반향을 얻었습니다. 복잡한 AGB닐슨 자료를 보기 쉽게 가공해 제공한 것이 큰 호응을 얻었고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구독자 60만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이 두 가지 경험들이 지금의 저를 만든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 야반도주를 소개하자면.

“아마추어 야구 콘텐츠를 중심으로 다루는 매체입니다. 함께하는 손윤 씨는 일본 야구 전문가로 현재 일본 야구 해설위원도 맡고 계시고요. 그래서 국내 아마추어뿐 아니라 일본, 미국까지 다양한 리그를 함께 보고 다룹니다.

사실 저희가 기피하는 말이 아마추어 야구 전문가입니다. 왜냐하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뛰는 무대가 프로고 퓨처스리그나 해외 시스템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모든 영역을 깊이 봐야 하죠. 그래서 단순히 아마추어 야구만 잘 아는 게 아니라 선수 육성, 트레이닝 시스템, 보상 구조 등 전반적인 야구 생태계를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희를 아마추어 야구 전문가로 한정하려는 시선이 있지만 사실은 훨씬 더 넓고 깊은 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 손윤 씨와의 인연은.

“네이버에서 일하던 때, 손윤 씨는 특히 야구 관련 지식백과 콘텐츠를 굉장히 잘 쓰는 프리랜서 칼럼니스트였어요. 제가 칼럼을 의뢰하고 추천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그렇게 알고 지낸 지 이제 10년 가까이 됩니다.”

- 갈등은 없었는지.

“많습니다(웃음). 손윤 씨는 프리랜서로 일해오셔서 협업 방식이 자유로운 편이라 일이 늦게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어 제가 몇 번 혼낼 때도 있죠. 또 의외로 부끄럼이 많아 선수나 코치와 소통하는데 주저할 때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장점을 잘 알고 있어 조율하며 일합니다. 저보다 야구 지식이 풍부하고 일본어도 능숙해 일본 야구 관계자들과의 소통에 큰 도움을 줍니다.“

- 채널명의 의미는.

“사실 채널명을 정할 때 깊은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제가 몸이 아파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손윤 씨가 야반도주로 하자고 했어요. 언제든 재미없으면 도망칠 수 있다는 가벼운 마음이 담긴 이름이었죠.

그런데 막상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큰 회사에 가서 어디 소속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름 때문에 조금 부끄럽기도 하고, 스카우트분들이 무슨 약자인지 묻기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채널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 채널의 시작 배경은.

“이전에 운영하던 콘텐츠 회사를 매도한 뒤 법적 소송을 겪고 있었습니다. 승소하긴 했지만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자니 제 인생이 멈추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얼굴과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부담도 컸지만 매일 팟캐스트를 1년 반 가까이 진행했고 그 팟캐스트의 제목이 야반도주였습니다.”

- 채널 운영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팟캐스트를 시작한 지 두세 달 만에 청취 수가 만 단위를 넘어섰습니다. 순수 스포츠 콘텐츠로는 꽤 선전한 수치였습니다. 수익은 많지 않았지만 돈보다는 인생이 멈추지 않게 뭐라도 해보자는 의미가 더 컸기에 개의치 않았습니다. 또한 이 경험 덕분에 네이버가 2022년 인플루언서 서비스를 시작할 때 초기 사례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습니다.”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장 앞. [사진=본인 제공]
제7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기장 앞. [사진=본인 제공]

- 자리 잡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일단 드래프트 날까지 긴장감을 이어가며 아마추어 야구에 관심을 끌기 위해 랭킹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단순 실력 순위만으로는 변화가 적으므로 대회별로 순위를 산정해 참가하지 않은 학교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재미와 변별력을 유지했죠.

둘째로 저희는 무조건 현장에 갑니다. 전국대회는 물론 연습경기와 주말리그도 찾아가 선수와 감독을 직접 만나며 상황을 관찰하고 소통했습니다. 꾸준한 현장 경험 덕분에 콘텐츠의 양과 질이 크게 향상됐고 방송사에서도 디테일한 사진과 영상까지 요구할 정도로 신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문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을 열어두고 환기시키는 역할을 꾸준히 하는 것이 조직과 콘텐츠 운영 모두에서 효과적이라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력이 허락하는 한 현장에 계속 참여하는 것이 저희 방식이고, 이것이 즐겁게 일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야반도주 유튜브 채널. [사진=야반도주 유튜브]
야반도주 유튜브 채널. [사진=야반도주 유튜브]

- 유튜브에서 '야구를 보는 색다른 시선'이라는 슬로건을 볼 수 있는데. 

“선수 개별 능력보다 시스템과 환경에 주목한다는 점입니다. 선수도 중요하지만 구단과 조직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장기적으로 성과가 나옵니다. 예를 들어, 야구는 햄스트링 부상에 특히 취약한 종목입니다. 다른 나라들은 부상 후 복귀할 때 근육이 놀라지 않도록 3이닝에 지명타자로만 활용하며 천천히 복귀시킵니다. 즉, 선수 복귀 프로토콜이 체계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재 한국에서는 KBO리그에 새로운 선수들이 적다고 인구 부족을 문제 삼습니다.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선수 11명을 뽑지만 드래프트 상위를 제외한 6~11라운드 선수들은 거의 기회를 얻지 못합니다. 선수 육성을 위해서는 육성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합니다.

미국은 리그 뎁스가 5개인데, 우리나라 퓨처스리그는 하나뿐입니다. 연간 120경기를 치르지만, 실제 뛸 수 있는 선수는 제한적입니다. 지난해 톱 랭커, 1군에서 부상 후 2군에서 회복하는 선수, 군대 다녀온 유망주 정도만 경기를 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27~28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퇴출됩니다. 해결 방법은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3군 리그를 만들면 홈 경기 기준 60경기 정도로 운영할 수 있고 선수 1인당 150~200만원만 지급하면 3억원 정도로 충분히 운영 가능합니다.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경험을 쌓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면 인적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충분히 뛰어본 선수는 스스로 자신의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과 환경 중심의 접근이 바로 저희가 생각하는 색다른 관점입니다.”

- 아마추어 야구에 집중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도 제대로 다루지 않으니 원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학교라는 교육기관을 다루는 일이라 허들이 생각보다 높지만 야구부의 허락을 얻는 일은 다른 곳보다는 비교적 수월합니다.”

- 다른 매체와 차별화되는 강점은.

“시스템과 본질에 집중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기사들은 경기 결과나 사람 중심의 보도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야구단이라는 조직에서 사람은 구성 요소 중 하나일 뿐이고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은 시스템입니다. 바로 이 시스템에 주목해 이를 제대로 조명하려 노력합니다. 또한 어떠한 매체보다도 현장에 자주 나가서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강점입니다.”

- 콘텐츠를 기획할 때의 원칙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수요가 있는 콘텐츠인지입니다. 차별점이 있고, 관심을 끌 수 있는지 항상 고려합니다.

둘째, 상처를 주지 않는가입니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 씁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상처가 생길 수도 있지만 최대한 방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선수나 부모님과 만날 때는 ‘야구 성적만으로 인생이 결정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강조합니다. 선수와 부모님이 선수를 야구선수로만 바라보며 학생으로서의 정체성을 지워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한 사고방식입니다. 18세에 야구를 잘하지 못해도 인생이 끝나는 것이 분명 아닙니다. 앞으로 충분히 기회가 있다는 점을 많이 얘기해줍니다.


마지막으로는 유통과 전달 방식입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디에서 어떻게 전달할지까지 항상 고민합니다.”

라디오 패널들과 엄형찬(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본인 제공]
라디오 패널들과 엄형찬(오른쪽에서 두번째). [사진=본인 제공]

두산 베어스 정수빈 선수(오른쪽)와. [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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