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이연우 객원기자] 프로야구 인기가 최절정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매년 관중 수가 증가하더니 올해는 무려 1200만 페이스로 질주 중이다. 지난 11일엔 KBO리그 정규시즌 누적 관중이 2억명을 돌파했다. 1982년 출범 이후 44시즌 만에 달성한 쾌거다.
야구장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만큼 안방에서 경기를 즐기는 ‘집관러’들도 함께 증가했다. 팬들이 집에서도 현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도록 중계를 책임지는 직업이 바로 스포츠PD다. 스포츠산업 일자리 정보를 담는 스포츠JOB아먹기가 프로야구 중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방송사 MBC스포츠플러스(엠스플)의 PD를 만났다. 이석재 PD는 자타공인 엠스플의 간판 PD다. 프로야구 출범부터 팬이었다는 그는 뛰어난 연출력으로 엠스플만의 중계 스타일을 확립했다는 평을 듣는다. 방송 출연과 빼어난 입담으로 팬들에게도 익숙한 얼굴인 그는 올해 책까지 출간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야구를 알리려 노력 중이다.
이석재 PD.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MBC스포츠플러스에서 PD로 일하고 있는 이석재입니다.”- 스포츠PD 업무는.“다른 PD와 비슷합니다. 프로그램의 경우 다른 PD가 하는 일과 거의 똑같아요. 제작 대상이 스포츠라는 게 다른 점이죠. 제일 큰 차이는 중계입니다. 시청자들이 현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카메라를 운용하고 중요한 장면들을 다시 모아 슬로 모션을 제공합니다. 그래서 경기 중 굉장한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사후 작업이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사전 준비는 필요해요. 그날 경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전 경기들의 화면을 미리 준비합니다.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 놓는 거죠. 그래서 못 나가는 화면이 대부분입니다."- 중계 현장에 몇 명 정도 필요한지.“프로야구의 경우 PD는 보통 5명이 나갑니다. 베테랑 PD가 메인 디렉터를 맡아 전체적인 연출을 하고, 서브 PD들이 슬로 모션과 인터뷰 조율 같은 일을 해요. 스태프들까지 포함하면 약 40명 정도의 인원이 보통 한 경기에 나갑니다.”- 중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연출하는 PD마다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 한때는 스포츠의 핵심을 승리에 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승리의 환호 속 뒤편의 패배한 분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요샌 중계할 때 패자들의 마음, 슬픔을 많이 공유하고 싶어 해요. 또 스포츠의 매력이 인생과 똑같다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맨날 좋을 수가 없고, 맨날 나쁘지도 않고. 이런 부분을 최대한 잘 보여주고 그 감정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중계 현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 중계에서 가장 힘든 점은.“엄청 많습니다. 일단 경기가 정말 PD를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어요. 경기가 엎치락뒤치락하거나 승부가 갑자기 뒤집힐 때 굉장히 힘들긴 합니다. 하지만 저는 중계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그게 힘들면 스포츠PD를 못해요. 스포츠PD는 정말 스포츠를 좋아해야 할 수 있어요. 공휴일이 없다 보니 여행을 가거나 친구를 만나기 어려워 이 일을 좋아하지 않으면 버티기 상당히 힘듭니다. 그건 알고 지원하셨으면 좋겠어요.”- 중계 현장에서 금기시되는 것은.“일단 선수들의 루틴을 해치지 않는 게 제1원칙인 것 같아요. 선수들이 최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항상 인터뷰도 저희가 스케줄을 맞춰갑니다. 또 선수단의 플레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도 원칙입니다.”- 선수들이 비협조적이진 않은지.“요즘은 그렇진 않습니다. 팬들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고요. 아마추어라면 이해하지만 프로 선수가 인터뷰를 거절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연봉에도 팬서비스가 다 포함돼 있는 거예요. 팬이 원해서 인터뷰하지 아무도 안 보는데 방송사가 찍지 않거든요. 그런데 간혹 너무 부진해서 인터뷰 요청이 있을 때 정중하게 이번만 양해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있죠. 그땐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중계는.“팬들은 많이 아실 텐데 제가 골수 LG팬입니다. 대학 졸업하던 해에 LG가 우승했어요. 그리고 다음 우승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아무도 몰랐어요.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 제가 PD가 돼 LG가 다시 우승하는 마지막 경기를 중계한 게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사실 중계할 땐 팬심을 다 빼려고 굉장히 노력했고 그렇게 해왔다고 자신했어요. 근데 9회초 우익수부터 한 명씩 외야부터 내야, 투수, 포수, 감독까지 쭉 얼굴을 비추는데 진짜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2023 LG 트윈스 우승 당시 잠실구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 종목마다 중계 연출 차이가 있는지.“다른 종목과 야구가 좀 다릅니다. 농구, 축구 같은 경우 대부분 전후반으로 나뉘고 경기가 시작되면 상당히 몰입을 해야 하거든요. 축구는 특히 경기 중 다른 연출적 요소가 개입할 수 없어요. 슬로 모션도 거의 안 나가고, 경기가 끊어져야 그때 잠깐 재생됩니다. 그 외엔 경기를 다 보여줘야 해요.그런데 야구는 연출력이 개입할 요소가 너무 많습니다. 공 하나 던지면 볼데드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때 어떤 연출을 할 건지, 타자와 투수의 예전 에피소드 같은 건 없는지 다 감안하며 연출해야 해요. 또 투수와 타자를 어떨 때 보여줘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하고 슬로 모션도 계속 송출할 수 있고요. 야구 PD가 연출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 중계의 꽃이라고 생각해요.”- 엠스플만의 중계 스타일을 확립했다는 평을 듣는데.“여러 가지 이유로 MBC가 프로야구 중계에서 4년 동안 빠져 있었고 2005년에 다시 시작할 때 센세이션을 일으키긴 했죠. 지금 다 아시는 공수교대 노래 같은 것들이 그땐 없었거든요. 굉장히 히트를 쳤습니다. 더불어 이닝 끝에 그 회의 하이라이트를 노래와 함께 보여주니까 팬들이 열광했어요.또 기존 방송들은 대부분 오랫동안 해오던 대로 중계 방송을 했다면 저희는 사람 역학관계를 찾았습니다. 예를 들어 선발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간 후, 구원이 불을 지르고 있을 때 과거엔 그냥 넘어갔어요. 저희는 선발 투수의 안절부절한 표정을 찾기 시작했어요. 실책한 선수들의 표정을 찾기도 했고요. 그런 것들을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당시엔 굉장히 신선했고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요. 엠스플이 아주 오랫동안 시청률 1위를 하고 찬사를 받았던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장비도 새롭고 야구적으로 의미가 있는 걸 쓰려고 노력했어요. S존, 초고속 카메라를 도입해 볼거리를 제공한 것, 앞서 말했듯 스토리를 만든 점이 호평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금은 타사도 장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연출적으로도 노력해서 방송사별로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요. 한국 야구 중계 수준이 메이저리그(MLB)급으로 올라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여기에 조금이라도 공헌했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엠스플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은.“저 같은 선배들은 지금까지 이끌고 온 걸로 퇴장하고 이제 후배들이 해줘야 할 역할이죠. 디지털DMS 발달해 있어요. 근데 그걸 감성적으로 아날로그화 해야 하는 시기가 다시 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야구 팬들이 세이버메트릭스 많이 보잖아요. 그 수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화면으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야구 중계가 조금 더 감성을 건드리는 중계로 다시 돌아간다면 아마 많은 팬들의 마음이 움직일 거라고 생각해요.”
부조정실에서. [사진=본인 제공]
- 스포츠PD를 꿈꾸고 입사한 건지.“스포츠는 원래부터 좋아했고 모든 종목을 다 좋아했어요. 올림픽 땐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해서 어릴 때부터 많이 혼났죠. 근데 이걸 업으로 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학교 다닐 땐 글을 쓰고 싶었는데 잘 쓰는 분들이 많다 보니 포기했어요. 그리고 이것저것 생각하다 '그냥 방송을 하면 좋겠다, PD가 돼야겠다'하고 된 거죠. 그래서 여러 프로그램을 연출하다 운명적인 해가 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면서 인원이 많이 필요해 스포츠로 옮기게 됐어요. 그래서 스포츠PD를 시작하게 된 거예요. 그러다 보니 거의 23년 정도를 했네요.”- 본인의 연출 강점은.“제 입으로 얘기하기 그렇지만 종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 같아요. 워낙 좋아하니까요. 특히 야구는 스토리가 상당히 중요하잖아요. 개막 연도부터 정말 많은 중계를 봤기 때문에 머릿속에 스토리가 잘 떠오르고 연결고리들을 잘 찾아내는 것 같습니다.”- 방송 출연 계기는.“술자리나 회식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옛날 야구 이야기를 들려주는 걸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경기를 분석하고 해석하는 위원들은 많지만 이런 야구 스토리텔러 같은 사람은 없지 않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회사에서도 제작비 절감이 되니 나가라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그래서 지금까지 TV 출연을 계속하고 라디오 방송도 고정적으로 하고 있네요.”- 글을 쓰게 된 계기는.“2년 전부터 ‘아이러브 스포츠’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재미있는 옛날 얘기를 전하는 코너를 했어요. 그러다 문득 방송으로 한 번 이야기하고 날아가는 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그래서 이걸 글로 남겨서 책을 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블로그에 쓰기엔 너무 무거워 글을 올릴 플랫폼을 찾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대부분 여성들이라 스포츠 얘기가 먹힐까 했는데 의외로 조금 인기를 끌었어요. 스포츠 스타들의 감동적인 삶의 얘기를 쓰니까 화제가 되면서 인기 글로 많이 올랐거든요. 그러다 보니 출판사와 연결되면서 책까지 내게 됐습니다.”- 또 다른 책을 낼 생각이 있는지.“두 번째 책 계약은 이미 끝냈고요. 집필 중입니다. 내년 시즌 전 출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한국 프로야구 명장면을 100개 모아 출간할 예정입니다. 제 또래들은 추억을 되살리고 지금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한 젊은 세대들에겐 과거에 어떤 명장면들이 있었는지 역사를 알게 해주는 차원에서 쓰고 있습니다.”
심수창 위원(왼쪽)과. [사진=본인 제공]
- 글, 연출, 출연 중 가장 어려운 것은.“일단 출연이 제일 쉽습니다. 워낙 말하는 걸 좋아하고 카메라 울렁증 같은 게 전혀 없어요. 연출은 오랫동안 해왔고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익숙하단 면에서 쉽고, 글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작가 쪽에서는 거의 신참이기 때문에 더 많이 다듬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처음 입사할 때의 목표를 이뤘는지.
“거창한 목표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스포츠를 좋아하는데 PD를 하면 얼마나 재밌을까, TV에서 보던 선수들을 직접 경기장에서 보고 친해지는 게 재밌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엄청 재미있게 일했어요. 중간에 힘든 점도 있긴 했습니다. 인간관계가 너무 끊기고, 주말이나 공휴일에 일을 계속해야 되니까 많이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돌이켜 보면 정말 즐거운 일을 하며 먹고 살았으니 이것만큼 좋은 일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어떻게 보면 모두가 꿈꾸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목표는 다 이룬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회사를 영원히 다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잖아요. 지금은 그동안 중계하면서 느꼈던 감동적인 순간들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게 글이든 영상이든요. 그래서 책을 내고, 강연하고, 또 방송 출연을 하는 등 일하려 하고 실제로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티빙이 새롭게 중계를 시작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뉴미디어는 방송국에 큰 위기를 몰고 왔고, 앞으로도 아마 방송국은 쉽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저는 방송의 전성기를 맛보고 살았지만 후배들은 상당히 힘든 여건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티빙이 가진 여러 장점들, 특히 편의성을 따라갈 순 없어요. 방송은 규제도 많고 심의도 거쳐야 하거든요.다만 방송사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는 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여건과 실력을 가진 인재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겁니다. 뉴미디어는 퀄리티 있는 제작을 못하잖아요. 방송사의 콘텐츠 제작 역할은 계속 남아 있을 거니까 정말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뉴미디어를 상대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뉴미디어 대응책은.“뉴미디어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내려 노력하지만 사실 뉴미디어 전문 플랫폼과 상대가 되긴 어려워요. 방송 조직은 상당히 무겁거든요. 조직 자체가 변화에 훨씬 둔하기 때문에 재기발랄함과 창의성을 따라가긴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또 그걸 따라가려 노력하다 보면 아류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방송사가 원래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제대로 해낼 때 그 가치가 빛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뉴미디어를 따라 했을 때는 거의 재미를 못 봤거든요. 그런데 ‘비야인드’처럼 방송국이 만들 수 있는 퀄리티 있는 콘텐츠를 만드니까 뉴미디어에서 그걸 사 가요. 그게 정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최근 KBO리그 인기를 어떻게 보는지.“제가 좋아하는 야구를 많은 분들이 즐긴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KBO리그 문화가 많이 바뀌었잖아요. 가족 혹은 연인, 친구들이 야구장에 가서 놀고 즐기는 게 건전해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