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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JOB아먹기㉗ 황민영] 대한민국배구협회(KVA) 국제부 직원의 사명감

  • 2021.01.16

[스포츠잡알리오 나수현 객원기자] 한국 여자배구는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 10위다. 국가대표 김연경, 이재영, 이다영(이상 인천 흥국생명) 등은 예능 프로그램에 섭외되고 광고 모델로 발탁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는 중이다. 바야흐로 배구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KVA)는 한국 배구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누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배구를 즐길 수 있게 힘쓰는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다. 스포츠산업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는 스포츠JOB아먹기가 KVA 국제부가 하는 일을 소개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자 성인대표팀을 위해 일하는 황민영 사원을 만났다. 



황민영 사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배구협회 국제부에서 일하고 있는 황민영 사원입니다."




- 국제부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국가대표팀 훈련, 국제대회 파견이 주업무입니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선수권대회,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등 국제대회를 개최하고 관리하기도 합니다. 스킬 트레이닝, 레크리에이션, 대표팀 팬 미팅을 진행하는 유소년 배구캠프도 맡고 있네요. 겨울방학 동안 학생선수들을 교육하는 미래 국가대표 육성사업도 있습니다. 외국인 지도자와 진행하는 지도자 강습회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 더 구체적인 업무는요. 

"저는 여자 국가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대표팀은 성인, 청소년, 유스 등 셋으로 나뉘는데요. 하지만 국제부 구성이 3명이라 인원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각자 맡은 일이 있어도 서로 도우면서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회계 같은 전문적인 지식은 다른 부서분들로부터 많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부서를 떠나 다들 지치지 않고 한국 배구를 위해 일하고 있는데 항상 감사드린다고, 더 힘내자고 전하고 싶어요."



- 어떤 계기로 배구협회에 입사하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 농구를 좋아했어요. 아버지랑 농구하며 시간을 보냈고 구기종목에 관심이 많아 체육대회에 자주 참가했어요. 대학생 때는 학교생활이 뒷전일 정도로 여자프로농구에 빠져 살았습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블로그 기자단 활동도 했어요. 저는 체육 비전공자입니다. 우연히 교양수업으로 스포츠레저학을 수강했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가장 높은 학점을 받기도 해서 그때부터 진로 고민을 했습니다.

주변 친구들처럼 일반기업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니면 제가 정말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에서 2018 VNL 경기보조 모집 공고를 봤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3개월 정도 일했는데 계획했던 기간보다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마침 대한민국배구협회 공채 공고가 올라와 입사하게 됐습니다."



- 입사를 위해 특별히 하신 노력은요. 

"질문에 적합한 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생각해요. 저는 협회를 위한 준비보다는 일반적인 한국사 자격증, 토익을 준비하는 도중에 협회에 입사했습니다. 

특별하게 준비한 건 없어요. 하지만 원래부터 배구를 좋아했고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 소속팀, 대표팀에서의 활약 등 동향을 알고 있는 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평소에 관심 있게 지켜본 게 입사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사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예요.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경험입니다. 망설이고, 고민하고, ‘이 활동을 하는 게 맞는 걸까?’라고 걱정하다 말 게 아니라 일단 무엇이라도 하면 경험이 된다고 생각해요.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 자체가 경험이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라' 해주고 싶어요. 저도 망설이다 대외활동을 많이 못했어요."



- 배구협회에서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활동들이 있나요?

"생각보다 대학생이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이 많아요. 물론 지금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국제대회가 없어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만, 평소에는 대표팀 매니저가 대학생으로서 협회에서 경험할 수 있는 활동 중 가장 값지다고 생각해요. 매니저가 단순히 팀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행정업무와 현장업무도 맡기 때문에 힘들어요. 하지만 힘든 만큼 경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국내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하면 대회 참가국의 팀 가이드 또는 대회 운영을 위한 자원봉사자도 모집합니다. 이런 활동은 팬이 아니라 행사의 일원으로 활동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관객으로 바라보는 대회와 스태프로 바라보는 대회의 시각은 다릅니다.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활동할 때는 무엇보다 성실함이 중요해요. 아무 것도 성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누가 열심히 하는지 다 보인다’고 하실 때면 못 믿었어요. 근데 입사를 하고, 많은 분들과 일하다 보니까 누가 꾀를 부리고, 누가 진짜 열심히 하는지 보이더라고요. 자기 위치에서 맡은 임무를 묵묵히 하면, 누구에게나 좋은 기회가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2019 아시아선수권대회 중.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왼쪽부터),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코치, 
마시모 메라찌 체력트레이너, 안드레아 비아시올리 전력분석관, 황민영 사원. 





- 국제부 업무 중 가장 어려운 일은요. 

"협회나 국제부를 떠나 어떤 회사에서도 처음부터 하는 업무는 누구에게나 막막한 것 같아요. 기존에 누군가 하던 일을 이어서 하는 거라면 정보를 조금만 찾아보면 되는데, 처음 시작하는 일은 정해진 답도 없고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찾아가며 해야 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작년에 여자 대표팀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님과 외국인 지도자들을 데려오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어요. 배구협회 역사상 첫 외국인 국가대표 감독님이셔서 계약은 어떻게 하는지, 비자 발급은 어떻게 하는지 등 기존에 참고할 자료가 없는 겁니다. 특히 비자 발급이 생각보다 복잡하더라고요(웃음). 결국 스스로 공부하는 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저도 포털사이트, 유튜브 찾으면서 하나씩 해 나갔어요. 혼자 끙끙 앓으면 해결되는 게 없어서 주변분들께 여쭙고 도움받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잘 해낼 수 있었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전 시상식.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코치(왼쪽)와 황민영 사원.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요? 

"2018년도 단기 계약직부터 협회에서 함께 한 지 2년이 넘어가는데요. 기억에 남는 일이 많습니다. 진천선수촌 가본 것, 국내에서 국제대회를 개최한 게 그렇네요. 그중에서도 가장 강렬했던 건 지난해 1월 태국에서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아시아 대륙예선전을 지원했을 때입니다. 

워낙 관심이 뜨거웠고, 우승한 팀에게만 올림픽 티켓이 주어졌기 때문에 결승에서 지면 끝나는 대회였어요. 모두에게 부담이었죠. 사실 그때 김연경 선수가 복근 부상이 있어서 급하게 현지에서 회의를 했는데 왜 김연경 선수가 나라를 대표하는지, 왜 100년 만에 나올까말까 하는 대선수인지 알겠더라고요. 많이 아프셨을 텐데 의연하게 대처하시더라고요. 주장의 책임감, 국가대표의 사명감이 느껴졌어요. 승리와 별개로 기억에 남는 이유입니다. 

응원단장과 한국 팬분들은 현지에 자비를 들여 방문해 주셨어요. 태국 팬들의 응원 소리가 컸는데, 그 안에서 한국을 응원하는 팬들을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히 여기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상식 때는 제가 선수들보다 많이 울었어요(웃음). 올림픽 진출해서 기쁜 것도 있지만 만약에 탈락했다면 그 경기가 외국인 코칭스태프들과 마지막이었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아직 그들과 같이 일할 기회가 남아 있다는 게 기뻐서 눈물을 보인 것 같아요. 제게 사명감이 생긴 계기입니다."



- 국제부는 어느 부서보다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국제부 주업무가 대표팀 훈련 파견 지원과 국제대회 개최인데 하나도 하지 못했어요. 일단 입촌도 못했죠, 대표팀 소집도 못했어요. 앞으로 입촌하거나 출국할 때도 절차가 복잡해져 직원 입장에선 훨씬 번거로워졌어요. 예정됐던 VNL도 취소되고, 올림픽마저 연기돼 아무것도 못 했어요.

더 답답한 건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 못 한다는 점이죠. 취소된 VNL 진행이 과연 가능할지, 올림픽도 계획대로 진행될지 모르는 상태라는 거죠. 일단 준비는 해야 하는 점이 저희 입장에서는 어려웠습니다."

황민영 사원(왼쪽 첫 번째)이 라바리니 감독의 인터뷰를 통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배구는 유럽이 강국인데요. 국제부 업무에서 영어의 비중, 제2외국어의 중요성은요? 

"대상이 주로 국제배구연맹, 아시아배구연맹, 각국의 협회들이니 영어는 필수입니다. 회화도 해야 하지만 모든 업무를 이메일로 하니 회화보다 업무 관련 작문 능력이 더 중요하게 느껴졌어요. 이건 하다 보면 적응하고 많이 배우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제2외국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팀 매니저나 팀 가이드분들 같은 경우는 현지에 방문했을 때 혹은 국제대회 참가국이 국내를 방문했을 때, 그 나라 언어를 할 수 있다면 훨씬 소통이 잘 되기 때문에 플러스 요인입니다. 그러나 할 수 없다고 마이너스가 되진 않으니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요. 

"선수들이 오고 싶은 대표팀을 만들고 싶어요. 저희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대한체육회로부터 정해진 예산을 지원받는 입장이다 보니 주어진 예산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질적 차이가 분명하거든요.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개선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나라를 대표해 출전하는 대회가 어깨는 무겁지만 얼마나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지 알기 때문에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싶어요. 지원하는 입장으로서 선수들이 오고 싶어 하는 대표팀을 만드는 것이 제가 이루고 싶은 가장 큰 목표입니다."



- 선택에 기로에 놓인 취준생들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경험을 많이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무엇이든지요. 용기를 냈지만 실패했다고 생각해서 좌절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아주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얻는다면 그건 실패가 아닌 거예요. 그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미래에 큰 도움이 된다고 확신합니다. 주의 깊게 주변을 둘러보고 참여할 기회를 찾아보며 활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거라 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