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에서의 이지현 에이전트
- 스포츠 에이전트에게 영어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정말 중요합니다. 영어는 잘하면 좋은 정도가 아니라 그냥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회사에 소속된 외국인 선수를 담당할 때, 해외에서 직접 용병을 데려올 때, 국내 선수의 해외 이적을 담당할 때 등 업무 중 영어를 사용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게다가 영어로 일상적인 수준이 아니라 계약과 관련한 대화를 주고받아야 하기에 높은 수준의 실력이 필요합니다. 저희 회사도 당연히 영어 면접을 시행하고 있고요.
영어 이외에 포르투갈어나 중국어 등 제2외국어까지 준비한다면 더욱 좋겠지만, 최근에는 대부분의 해외 에이전트들이 다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영어 실력만 제대로 갖춰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여성 에이전트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업계에 여자가 정말 드문 편이라 이런 질문을 참 많이 받는 것 같은데요. 막상 일하다 보면 여자 에이전트라서 겪는 차별이나 어려움은 크게 없습니다. 하지만 여자 에이전트가 갖는 장단점은 어느 정도 확실한 것 같아요.
보통 에이전트와 선수가 서로 형 동생 사이로 아주 친하게 지내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와 선수들 간 성이 다르다 보니 처음에 어떤 식으로 친밀감을 형성하고 가까워져야 하는지 어려웠어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여자가 좀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챙길 수 있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이런 면에서는 선수들을 관리하는 데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저희 회사에도 10년 넘게 일을 하고 계시는 여성 에이전트분이 계시는데 "누나처럼 잘 챙겨준다"고 선수들 사이에서 평이 훌륭합니다.
여자도 충분히 좋은 스포츠 에이전트가 될 수 있습니다. 혹시 에이전트를 준비하고 계신 여성분이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에이전시에 입사할 수 있는 루트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사실 문은 정말 좁은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공개채용 형태의 선발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결원이 발생해야 인력을 충원하는 방식입니다. 따라서 채용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아 불확실성이 큰 편입니다. 관심 있는 에이전시가 있다면 주기적으로 정보를 확인하는 습관을 지니시면 좋을 것 같네요.
채용 시기가 아니라도 에이전시에 무작정 지원 메일을 넣어보는 방법도 추천을 드리고 싶습니다. 충원 계획이 없을지라도 정말 실력 있고 괜찮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열정을 보이면서 지원을 한다면 의외로 관심을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너무 기다리고만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세요.
스포츠마케팅과 에이전트 업무를 병행하는 회사들도 꽤 많습니다. 에이전시 문이 너무 좁아 들어가기 쉽지 않다면, 이런 회사들에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경력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처음에는 마케팅 기업에 많이 지원한 바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스포츠 에이전트를 꿈꾸는 독자분들께 한 마디 해주신다면?
"에이전트로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정말 많고,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싶은 업무들도 많습니다. 겉에서 보이는 에이전트의 화려함만 보고 꿈꾸기보다는 실제로 어떤 일들을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이 본인의 특성과 적합한지 고민을 한 번쯤 해 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최근 에이전트를 지원하시는 분 중에는 자신이 스포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어필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에이전트 업무는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팬의 입장을 넘어 보다 전문적이고 프로페셔널한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저 또한 입사할 때 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어필하기 보다는 아카데미를 수강하며 어떤 형태로 공부를 해 왔는지 강조한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고요.
마지막으로, 에이전트 아카데미나 기타 대외활동들을 통해 현직자와의 소통 창구를 늘려가시기를 권유합니다. 분명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실제 업계에 종사하고 계신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동기부여도 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지 조언을 많이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