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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JOB아먹기(158) 전희재] 프로야구를 풍성하게, 방송기록원의 역할

  • 2024.07.27

[스포츠잡알리오 최가윤 객원기자] 야구 열풍이다. KBO리그는 역대 최소경기 600만 관중 기록을 썼고 사상 최초 1000만을 향해 질주 중이다. '최강야구'는 직관 이벤트를 열 때마다 순식간에 매진된다. 덕분에 '찐팬구역', '야구대표자: 덕후들의 리그' 등 야구 예능도 생겼다. 

이렇게 야구에 발을 들이면 각종 기록에 눈이 가기 시작한다. 최정(SSG 랜더스), 최형우(KIA 타이거즈) 같은 베테랑의 숫자를 보면서 꾸준함과 관리에 감탄하고 김도영(KIA), 김택연(두산 베어스) 처럼 떠오른 스타들의 지표를 보면서 세대교체를 실감할 수 있다. 

야구를 풍성하게 만드는 이들이 바로 기록원이다. 이중 방송 기록원은 하루 5경기를 빠짐없이 챙겨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선사한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대학생 기자단이 KBS N스포츠의 데일리 리뷰 프로그램 '아이러브 베이스볼'을 꾸려가는 인물을 인터뷰했다. 




전희재 방송 기록원. [사진=본인 제공]
전희재 방송 기록원.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BS N스포츠에서 방송 기록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희재라고 합니다.”



- 직업을 소개해주세요.

“프로그램마다 조금 달라요. KBS N스포츠는 현장직이랑 사무직으로 나뉩니다. 현장직 같은 경우 야구 중계를 따라다니는 현장 기록원이 계십니다. 저는 야구 중계를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데일리 리뷰 프로그램 아이러브 베이스볼에 기록을 제공하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아이러브 베이스볼. [사진=본인 제공]
아이러브 베이스볼 스튜디오. [사진=본인 제공]



- KBO리그 공식 기록원과 방송 기록원의 차이는?

“공식 기록원 같은 경우 실제 기록지를 바탕으로 경기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기록하는 일을 주로 맡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기록지를 사용하는 일은 사실상 없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찾아서 방송에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는 게 공식 기록원과 방송 기록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 방송 기록원은 대체로 방송사에 몇 명 있는지?

“KBS N스포츠는 현장, 방송 중계, 아이러브 베이스볼까지 3명이 있습니다. 타 방송사는 사정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 중계 화면에 나오는 기록과 아이러브 베이스볼에 나오는 기록을 둘 다 찾는 것인지?

“저는 아이러브 베이스볼에 나오는 기록들만 찾습니다. 중계 화면으로 나가는 기록들은 저보다 연차가 높으신 기록원분이 담당하십니다.”



- 기록을 찾는 방법은?

“흔히 생각하는 ‘스탯티즈’ 사이트를 활용하기도 하고요. 스포츠투아이 같은 공식업체가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찾기도 합니다.”



- 하루 일과는?

“야구 시작하기 1시간 30분 전쯤 출근해서 다 같이 밥을 먹습니다. 이후 그날의 경기 이슈를 미리 살펴봅니다. 저는 5경기를 일단 전부 보고 있어야 합니다. 중계에 들어갔을 때 기록을 바로바로 찾아내기 위해서는 경기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야 하니까 수월하게 하기 위해 미리 작업을 하는 편이고요. 다른 방송사 중계더라도 경기를 모니터링하고 있어야만 방송에 나갈 때 어떤 기록을 알려드릴까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경기 중에는 계속 흘러가는 상황들을 보면서 해설위원님, 작가님들과 소통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어떤 기록이 좀 더 필요할지를 고민합니다. 그리고 필요한 기록을 방송이 나가기 전에 다 만들어 놓습니다.

방송이 나갈 때는 경기 결과창을 타이핑하고 순위 등을 확인하는 간단한 업무를 합니다.

경기가 전부 끝나고 40분~1시간 뒤쯤 방송이 끝납니다. 그러면 퇴근해요. 평일 같은 경우 밤 11시 이후, 주말 2시 경기면 오후 6시 30분 이후입니다.



중계 화면. [사진=본인 제공]
중계 화면. [사진=본인 제공]



- 야구는 타임아웃이 없는데, 아이러브 베이스볼이 송출되어야만 일과가 마무리되는지?

“보통은 KBS N스포츠 중계가 끝나면 바로 아이러브 베이스볼로 들어가서 다른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더라도 KBS N스포츠 경기 먼저 리뷰합니다. 그리고 끝난 경기들 순서대로 리뷰하고 끝납니다. 어쨌든 프로야구가 전부 다 끝날 때까지 퇴근을 못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습니다.”



- 워라밸은 어떤지.

“야구가 기본적으로는 월요일 빼고는 다 하잖아요. 화~일에 하기 때문에 근무 요일도 주 6일로 고정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보통의 직장인들 같은 경우에 9투6로 하루 8시간 정도, 5일 출근시 주 40시간 근무하잖아요. 저는 6일을 출근한다 쳐도 하루에 길어도 5시간 일하기 때문에 주 30시간 정도 일을 합니다. 주 6일이라는 단점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 우천 취소가 됐을 때는?

“상황에 따라 다른데 일단 KBS N스포츠 중계가 만약에 취소됐다면 나머지 경기들 취소 여부에 따라 구분되고요. 우리 경기가 취소가 안 되면 무조건 방송을 진행합니다. 다른 경기보다 KBS N스포츠가 맡은 날의 중계 취소 여부가 더 중요합니다. 



- 졸업자/졸업예정자가 아닌 휴학생 신분으로도 가능한지?

“저는 지금 6학기까지만 마친 상태고요. 휴학생임에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근무 시간이 저녁 시간대 고정이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학교를 다니면서도 병행할 수 있습니다.”



- 근무 형태는?

“프리랜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예술인 계약으로 합니다.“



- 채용은 얼마나 있는지.

“보통 일하던 분들이 계속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랜덤하게 시즌 전 한번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 야구 방송 기록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야구 기록에 대한 이해도가 당연히 제일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야구 관련 모르는 기록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가는 전부 알고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야구 규칙에 대한 이해도입니다. 왜냐하면 야구가 경기 중 돌발 상황이 많은 스포츠잖아요. 특히나 보크 같은 까다로운 규정들이 많습니다. 이런 거는 규정집을 봐도 도통 뭔 소리인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는 야구 기록지를 작성하는 방법 정도는 숙지하고 있는 게 좋은 거 같습니다.”


- 공부법 팁을 알려준다면?

"일단 데이터, 기록을 많이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 야구 관련 콘텐츠를 많이 찾아보는 방법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야구공작소' 칼럼이라든지, '주경야덕' 같은 채널 등 좋은 채널이 많습니다. 견문을 먼저 넓히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 세부 데이터, 세이버메트릭스를 알고 있는 것이 기록원 업무에도 도움이 되는지?

"아이러브 베이스볼은 야구 경기가 있는 시즌 모든 날 나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중복을 피해서 만들 수 있는 기록들이 많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때쯤 되면 저도 좀 더 딥한 기록을 쓰지 않을까 싶어요.

당연히 많이 알고 있는 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항상 라이트한 주제만 가져다가 쓰지는 않습니다. 지난번에는 파크팩터 얘기를 다뤘어요. FIP 같은 스탯은 원래도 가져다 쓰기 때문에 조금 마이너한 스탯들이라도 잘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전문적인 데이터, 팬들의 시선을 끌 만한 기록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방송 기록원으로서는 야구팬의 시선을 끌 만한 기록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방송에 나가는 거잖아요. 많은 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주제가 되어야만 좋은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 방송 기록원에게 필요한 역량, 자질은?

"제일 중요한 것은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야구를 진짜 많이 좋아해야만 이 일을 잘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멀티태스킹 능력입니다. 보통 5경기를 한 번에 다 보고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록을 찾으면서 옆에 계신 해설위원분들이나 작가님들과 소통을 계속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바쁠 때는 진짜 정신이 없어요. 해야 하는 일이 3개씩 있어요."



- 야구 쪽 종사자들과 만날 일이 많은지?

“저는 방송사 내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KBS N스포츠 중계진만 거의 만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현장 기록원을 했더라면 좀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합니다.”

KBS 미디어 센터. [사진=본인 제공]
KBS 미디어 센터. [사진=본인 제공]



- 야구 산업에서 일하야겠다고 다짐한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항상 야구 산업에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안 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쭉 좋아했던 게 스포츠인데 그중에서 야구를 제일 특히 좋아했던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 산업에서 일을 하자고 결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면 힘들다'는 반응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까지 일을 해본 결과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얘기하고 싶어요. 최근에 KBO리그 직관을 가서 응원하는 분위기를 느끼니 '이젠 야구가 재미없어 졌다' 이런 건 아니더라고요. 또 메이저리그(MLB)를 보면서 스트레스도 푸는 편입니다.”

MLB 서울 시리즈 직관. [사진=본인 제공]
MLB 서울 시리즈 직관. [사진=본인 제공]



- 팬으로 바라본 야구, 기록원으로 바라본 야구의 차이점은?

“팬으로 KBO리그를 봤을 때와 달라진 건 야구를 낭만보다는 숫자로 보는 것 같다는 것. 부작용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어떤 투수의 경우 보기에는 잘하는데 '지금 운이 너무 좋구나, 잘 풀리고 있구나, 언젠가는 안 좋아지겠구나' 이런 생각이 계속 들기도 해요."



- 야구 방송 기록원의 장단점은?


“확실한 장점, 야구를 정말 원 없이 볼 수 있습니다. 단점, 야구를 너무 많이 봐서 질린 것 같습니다. 이 일을 만약정말 오래 하게 된다면 KBO리그 한정으로는 조금 싫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 일하면서 본 가장 흥미로웠던 기록은?

“SSG 랜더스 최정 선수의 KBO리그 최다 홈런 신기록 관련해 여러 기록을 만들었어요. 비록 최정 선수 팬이 아니더라도 그런 대기록이 방송에서 나갈 때 일조 할 수 있었다는 게 뿌듯했던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