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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JOB아먹기(154) 문동혁] 외국인 감독의 입, 배구대표팀 통역사가 되려면

  • 2024.06.28
[스포츠잡알리오 박시현 객원기자]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외국인 지도자가 지휘봉을 잡는 경우가 대폭 늘었다. 4대 구기종목 중에서 배구가 대표적인데 남자부의 인천 대한항공, 안산 OK금융그룹, 여자부의 인천 흥국생명과 광주 페퍼저축은행 등 외국인 감독을 기용할 정도로 V리그가 국제화됐다. 

국가대표도 그렇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지휘 하에 2020 도쿄 올림픽 4강 신화를 일군 효과 덕분일까. 현재 남자 대표팀은 이사나예 라미레스(브라질) 감독이, 여자 대표팀은 페르난도 모랄레스(푸에르토리코) 감독이 각각 맡고 있다. 


이렇게 팀에 외국인 사령탑이 있다면 통역사의 역할이 무척 중요해진다. 단순히 언어를 변환하는 행위를 넘어 팀플레이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수와 지도자 간 가교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산업 직업 정보를 제공하는 JOB아먹기가 성인 남자 배구 국가대표 스태프인 문동혁 통역사를 만났다. 

문동혁 통역사. [사진=본인 제공]
문동혁 통역사. [사진=본인 제공]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대한배구협회(KVA) 소속으로 성인 남자 국가대표팀 외국인 지도자 통역을 맡고 있는 문동혁입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나요?

"외국인 지도자의 훈련, 경기 중 지시사항, 언론 인터뷰 등을 통역하고 있습니다. 이외 외국인 지도자들의 국내 행정 제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요. 선수촌이 위치한 진천에서 같이 생활하며 2024 AVC 챌린지컵 남자배구대회를 준비했습니다."

2024 AVC 챌린지컵 3위를 기념하며. [사진=본인 제공]



- 하루 일과가 궁금합니다.

"선수단이랑 똑같이 오전 운동과 오후 운동을 진행하고, 저녁엔 선수단 미팅, 스태프 미팅, 영상 미팅에 참여합니다. 제 존재 자체가 곧 외국인 지도자의 목소리라서 지도자들이 있는 모든 곳에 제가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 입사에 필요한 역량은.

"외국어 통역이기에 당연히 외국어가 중요하지만 한국어 능력과 엘리트 체육의 생리 이해도, 배구 전문 용어 이해도 또한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적재적소에 맞는 단어를 문맥에서 사용하기 위해 국어 공부를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인 지도자의 말을 한국어로 전달하는 상황에서 문맥상 맞지 않는 단어를 사용한다든지, 한 단어로 설명이 가능한 것을 여러 단어로 설명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항상 국어 실력은 뒷받침되어야한다고 생각해요."



- 채용 과정은?

"보통 국제 대회가 계획된 후,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지도자를 제외한 트레이너, 팀 매니저, 통역 등 지원 인력 채용 공고를 게시합니다. 서류 통과 후 면접을 거쳐 채용이 이루어집니다. 얼마나 배구를 알고, 대표팀이라는 프로세스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성인 대표팀 담당 전, 유스 배구대표팀을 담당했는데요. 차이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지원 스태프의 규모인 것 같은데요. 연령별 대표팀은 보통 감독, 코치, 팀 매니저, 전력분석관, 트레이너 등 5명 정도로 구성되지만 성인 대표팀은 같은 구성으로 9명입니다. 단,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올리겠다는 공통된 목표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카일 러셀(오른쪽) 과 함께. [사진=본인 제공]
카일 러셀(오른쪽)과 함께. [사진=본인 제공]



-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소속 당시 '콧수염 사나이'라 불리는 카일 러셀(미국) 선수를 담당했습니다. V리그 36경기 연속 서브에이스 기록이 아직까지 유지될 만큼 대단한 선수였는데요. 러셀이 수훈선수가 되어 방송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실시간으로 캐스터분의 질문을 통역하는 시스템이라 준비할 겨를이 없었거든요. 너무 떨려서 말하려던 두 문장을 섞어서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너무 창피했어서 아직까지도 통역할 때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자극제가 되었습니다(웃음)."



- 난처했던 적은 없나요?

"외국인 지도자가 선수단에게 강한 어조로 지시할 때, 저 또한 통역을 하며 감정을 같이 전달해야 합니다. 중간에서 각색하는 순간 옳은 통역이 아니게 돼요. 어쩔 수 없이 선수단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해서 머뭇거릴 때가 있습니다. 최근엔 감독님께서 ‘포커스’란 단어를 자주 쓰셔서, 저도 '집중해야 돼!' 하며 소리치는 경우가 많아요."

훈련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훈련장에서. [사진=본인 제공]



- 배구 통역을 위해 하는 특별한 노력은.

"외국에선 세트(set), 한국에선 토스(toss)라고 사용하는 것처럼, 외국의 배구 용어와 한국의 배구 용어는 차이점이 많습니다. 현장에서의 완벽한 통역을 위해 하루에 5시간 이상 배구를 보며 꾸준히 공부하는데요. 퇴근 후 유튜브를 활용해 배구 용어, 규칙 등을 공부하기에 현장에서 배구를 더욱 잘 이해하며 일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개인적인 팁이 있다면.

"단어가 기본기이자 최고 주무기입니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 문장이 되고, 말을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돼요. 같은 뜻인데 다른 단어로, 문맥에 따라 뉘앙스적으로 잘 사용하는 것이 곧 타인의 시선에서 볼 때 ‘외국어를 능통하게 사용하는구나’가 되는 기준치인 것 같아요. 실력을 기르기 위해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한국남자배구 대표팀과 함께. [사진=본인 제공]
성인 남자 배구대표팀과 함께. [사진=본인 제공]



- 배구의 매력이란.

"배구는 구기종목 중 자기 손에서 공을 소유하는 시간이 가장 적은 종목이에요. 찰나의 순간에 리시브, 토스, 공격까지 이어지죠. 삼위일체가 되기 위해 선수와 지도자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 현장에서 보니 가슴이 뛰더라고요. 그때부터 배구가 너무 좋아졌습니다."



- 직업 만족도는요.

"엘리트 체육의 생리가 굉장히 재미있어서, 10점 만점에 15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같이 일원화돼 하나 된 목적으로 같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정말 희열이 들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배구를 제일 가까이서 보고 겪을 수 있어서 정말 만족하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 남자 유스 및 유니버시아드 배구국가대표팀 담당 당시. [사진=본인 제공]
2019년 한국 남자 유스 및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사진=본인 제공]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지.


"국제배구연맹(FIVB)에 입사하는 게 꿈입니다. 계속 배구 쪽에서 쓰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계속 국제스포츠와 배구에 시야를 두고 정진할 예정입니다."



- 대표팀 통역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배구를 사랑하는 건 모두가 갖는 공통 사항일 텐데 배구를 조금 더 자세하게 공부하고 엘리트 체육의 생리를 잘 이해한다면 저보다 훨씬 더 훌륭한 대표팀 통역사가 되어 마주할 것이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