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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JOB아먹기(95) 정규식] '실패한 야구선수' 또규식의 값진 인생2막

  • 2022.11.03
[스포츠잡알리오 김기우 객원기자] 지난달 15일 거행된 2023 KBO(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는 그 어느 해보다 큰 관심을 받았다.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가 시청률 2%대로 순항하면서 대중에 얼굴을 알린 고교‧대학 선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최강 몬스터즈 멤버인 윤준호(동의대)와 류현인(단국대)은 각각 5라운드 두산 베어스, 7라운드 KT 위즈에 호명됐다. KBO 레전드들을 상대로 기죽지 않고 맹활약을 펼친 서울고 김서현(한화 이글스), 충암고 윤영철(KIA 타이거즈), 경남고 신영우(NC 다이노스) 김범석(LG 트윈스) 등 주요 고등학생 선수들의 행선지도 정해졌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로 '취업'해 감격, 환호하는 이들과 달리 뒷면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총 1165명이 지원해 약 10:1의 경쟁률을 보였다. 미지명자들은 좌절하며 선택의 기로 앞에 섰다. 새롭게 들어오는 선수가 있으면 반대로 나가는 선수도 있는 법.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2군 선수들은 방출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

前 LG 트윈스 정규식. [사진=본인 제공]
前 LG 트윈스 정규식. [사진=본인 제공]



스포츠산업 채용서비스 스포츠잡알리오(스잡알) 미디어스터디팀 ‘스미스’가 우여곡절을 이겨내고 제2의 야구 인생을 펼치고 있는 인물을 인터뷰했다. 야구 지도자이자 유튜브 ‘또규식TV’를 운영하고 있는 정규식 코치다. 은퇴 이후 커리어를 고민하며 막막함을 느끼는 선수 출신들에게 길잡이가 될 인터뷰가 아닐까 한다. 



-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전 LG 트윈스 야구선수이자 현재는 수원 티앤피베이스볼아카데미 코치로 일하며 유튜브 또규식TV를 운영하고 있는 정규식입니다.”



- 근황이 궁금합니다.

“요즘 아마추어 야구선수들과 함께 만들고 싶은 콘텐츠가 많아서 오전에는 주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그 외 시간에는 레슨장에 있는 편입니다."



- 어떤 계기로 야구를 시작하셨나요?

“전 롯데 자이언츠 임종혁 선수와 희망대초등학교 같은 반이었습니다. 당시 종혁 선수가 야구를 같이 하자고 계속 설득해서 처음 경험했습니다. 운동장에서 직접 해보니 정말 재밌었습니다. 활발한 제 성격과도 잘 맞아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 포수를 선택한 이유는?

“원래 포수가 아니었는데 고등학교 감독님께서 '너 포수 해볼 생각 없냐'고 물으셨습니다. 그전까지 2루수와 유격수밖에 해본 적이 없어서 의아했죠. 감독님이 밤낮으로 훈련 시켜주신 덕분에 끝까지 포수를 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 일본으로 야구 유학을 떠난 이유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국소년체전이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했습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진학이 수월한 편이었는데 아버지께서 ‘여름방학에 일본에 다녀올 생각이 없냐’고 하셔서 2주 정도 다녀왔습니다. 사실상 일본 사전 답사를 간 거였죠. 아버지가 일본에 가길 바라셨고 저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학을 결정했습니다.”



-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교토국제고가 연속으로 고시엔에 출전하는 유명한 학교가 됐는데 제가 다닐 때는 대회에 나가면 무조건 1차전에서 탈락하는 팀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3학년 때 3등을 했어요. 사람들이 예선전 3등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교토에 90개 넘는 팀이 있습니다. 여기서 3등을 해 도대회에 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계속 일본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일본 대학리그는 1부부터 5부까지 있습니다. 고등학교 감독님께 ‘간사이 지역에 있는 1부 리그 팀에 꼭 가고 싶다’고 부탁드렸고 오사카 가쿠인대학교에 진학했습니다. 야구부원이 200명이었어요. 여기서 실전에 나서는 것부터 하늘의 별 따기였죠. 단체 훈련도 30명 정도만 참여 가능했습니다. 나머지 인원은 볼보이 등 보조 일을 했습니다. 저는 3학년 올라가면서 주전이 됐어요. 상을 많이 탔습니다. 간사이 지역 대학 올스타에도 뽑혔고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대학 리그 취재 기자단이 뽑은 최고선수상도 받았습니다.”



- 대학 졸업 후, 일본 실업 야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도 대학교 감독님이나 일본 야구계 관계자분들을 만나면 ‘넌 정말 프로에 갈 수 있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저는 실업야구에 대한 꿈이 컸어요. 대학 시절 오사카 돔에서 열린 실업야구 경기를 보러 갔는데 프로야구 뺨치는 경기력과 2~3만 관중 수에 놀라 실업야구 팀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스승 김성근 감독과. [사진=본인 제공]
스승 김성근 감독과. [사진=본인 제공]



- 김성근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하쿠와 빅토리즈라는 실업야구 팀을 갔는데 때마침 군 복무 문제가 걸려있었어요. 그래서 일본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어느 날 모교 이사장님께서 한국에 놀러 오셨습니다. 그런데 지금 김성근 감독님이랑 차 마시러 가는데 ‘너도 같이 갈래?’ 물으셨죠. 너무 좋았습니다. 그 자리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김성근 감독님이 저를 보자마자 '너 여기 왜 있냐, 너 정규식 아니냐'고 하셨어요. 저를 알고 계시더라고요.

김성근 감독님께서 ‘몇 년 전에 오사카에 야구를 잘하는 한국인이 있단 얘기를 들었다. 널 보려고 일본에 간 적도 있다. 내가 고양 원더스 감독이 되어서 너를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만나서 반갑다’고 맞아주셨습니다. 그리고 감독님 번호를 제 핸드폰에 찍어주시며 ‘야구할 생각이 있으면 오라’고 하셨죠. 저는 야구할 생각이 죽어도 없어서 연락을 드리지 않았습니다. 근데 고양 원더스 매니저님이 계속 연락을 주셨어요. 한 7번째였나? ‘감독님이 정말 한번 보고 싶어 하신다’는 말에 ‘그래 한번 가보자’ 결심했습니다.

당시 고양 원더스는 월급도 있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었습니다. 프로야구 선수급 대우였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김성근 감독님과 1년만 같이 야구를 하고 싶다’ 말씀드리고 군 입대를 연기했습니다. 그렇게 김성근 감독님과 사제지간이 되었죠.”



- 201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당시 기분은?

“당시 고양 원더스가 퓨처스리그에서 경기를 뛰었습니다. 제 성적이 상당히 좋았어요. 근데 지명을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독립구단에서 역사상 지명받은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죠. 드래프트 당일에 훈련을 하고 있는데 경기장에 계시던 기자분들이 갑자기 모두 전화를 받으시는 거예요. 제가 지명된 거였습니다. 빠른 순번(2차 4라운드 37순위)에 지명될 거란 생각은 더욱 못했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LG트윈스 선수 시절. [사진=본인 제공]
LG트윈스 선수 시절. [사진=본인 제공]



- LG 시절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저는 1군 기록이 없고 2군 기록도 많이 없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프로야구에 발만 담그고 온 거예요. 입단 당시에는 자신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뭔가 잘 풀리지 않았던 거 같아요. 아쉬움은 있어요. 하지만 어느 누구보다 야구를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지금도 이건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 은퇴를 결심한 이유는?

“전역을 일주일 남겨두고 방출 통보를 받았습니다. 거기에 충격을 받았어요. 군문제 해결 후 맘 편히 야구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방출 통보를 받으니 야구에 배신감이 들었습니다. 능력 부족으로 방출된 거면 후회는 없었을 겁니다.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데 그때는 야구가 너무 싫었습니다. ‘내 야구 인생은 여기까지구나’ 수긍하고 그만뒀습니다.”



- 은퇴 후 어떤 일을 하셨나요?

“독립야구단 성남 블루팬더스에서 코치 일을 시작했습니다. 마해영 감독님, 박명환 코치님 등 좋은 지도자분들과 함께 엘리트 코치를 하게 된 거죠. 선수들과 함께 땀 흘리며 생활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유튜브 '야신야덕'의 '빡코' (박)진형이 형과 20년 지기입니다. 중학교 시절부터 매년 연락하며 지냈어요.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선배입니다. 진형이 형은 일찌감치 야구 유튜브 크리에이터 일을 하고 계셨죠. 그런데 2018년 당시에는 촬영을 위해 야구장을 빌리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흔치 않은 일이었죠. 근데 저의 선수 경력을 통해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렇게 서로 도우며 지내다 자연스럽게 야신야덕 유튜브 크루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2019년 1월 첫 촬영 이후 엄청나게 많은 영상을 함께 찍었습니다. 정규식이라는 사람을 알릴 수 있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파이브세컨즈 박진형(야신야덕 빡코) 이사, MBC스포츠 플러스 박지영 아나운서와. [사진=본인 제공]
박진형(야신야덕 빡코) 파이브세컨즈 이사, 박지영 MBC 스포츠플러스 박지영 아나운서와. [사진=본인 제공]



- 개인 유튜브(채널명:또규식TV)를 만든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느 날 진형이 형이 '규식아 너도 개인 유튜브를 한번 해보는건 어때?'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옆에서 형을 계속 봐오며 느낀게 있으니 ‘절대 안 한다’ 했습니다. 그 길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고 혼자는 더더욱 힘들거라 생각했습니다. 근데 해보니 안되는 건 없더라고요.”



- 또규식TV의 방향성은?

“저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까 생각했습니다. 포수 출신인 점을 살려 전국을 돌아다니며 투수들의 공을 받고자 했습니다. 포수 1인칭 시점으로 투수들의 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현역으로 군대를 가서 축구, 족구, 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해봤는데 야구를 한 적은 없었습니다. 야구가 생활 스포츠는 아니더라고요. ‘엄청난 인기 종목임은 분명하지만 참여형 스포츠는 아니구나’ 느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콘텐츠들을 기획 중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조금 더 재밌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행사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 고교야구 선수들과 함께한 콘텐츠가 인상적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조회수가 잘 나오겠다는 생각에 기획하고 선수들에게 연락한 건 아니었습니다.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통해 고교야구가 주목받고 있잖아요. 저도 고교야구 흥행에 기여하고 싶었어요. 따라서 선수들의 공을 직접 받으면서 팬들에게 고교야구 선수들을 소개하고자 했습니다. 서울고 김서현 선수에게 가장 먼저 연락했어요. 김서현 선수가 ‘저도 또규식TV 알고 코치님께 공을 던져보고 싶습니다’며 흔쾌히 응했죠. 그 후 라온고 박명근(LG 트윈스), 충암고 윤영철 등 많은 고교 유망주들과 영상을 찍었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고교‧대학 아마야구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전체 1순위 신인 서울고 투수 김서현과. [사진=본인 제공]
전체 1순위 신인 서울고 투수 김서현과. [사진=본인 제공]



-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우여곡절이 많은 야구 인생을 살았다 보니 지금도 저한테 조언을 듣고자 연락하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일본에 가는 걸 어떻게 생각하시냐’ 등 물어봅니다. 그러면 저는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365일 매일 네가 자신에게 거짓 없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할 자신이 있으면 해라.’ 물론 많은 훈련량이 성공을 보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안하면 성공 못합니다. 최선을 다하지 않고서 성공을 바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리틀야구 선수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여러 번 말하는 게 ‘감사하며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입니다. 또규식TV에 글러브 닦는 법이란 영상이 있어요. 아이들이 글러브를 너무 함부로 사용하더라고요. 글러브가 한두 푼이 아니잖아요. 심지어 포수 미트는 더 비쌉니다. 글러브를 관리하며 사용하면 10년 쓸 수 있는데 모르면 1년 밖에 못씁니다. 내가 지금 야구를 할 수 있는 건 부모님의 헌신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감사할 줄 모르면 쉽게 무너집니다. 감사할 줄 알아야 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선수이자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야구 지도자와 유튜버, 더 뿌듯함을 느끼는 일은?

“뿌듯함은 야구 지도자 할 때가 더 큽니다. 조회수 잘 나와도 물론 좋죠. 그런데 ‘코치님 저 안타쳤습니다’, ‘오늘 도루 저지했어요’, ‘공 뒤로 하나도 안 빠트렸습니다’ 이런 연락이 올 때 정말 뿌듯해요. 기분이 좋아 제 SNS에도 공유합니다. 이렇게 뿌듯한 순간이 없어요. 함께 선수들과 땀 흘리며 선수들이 노력한 시간을 알기에 더 마음이 가는 것 같습니다.”


- 개인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올해 SSG 랜더스 구단주이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님께서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개최하셨습니다. 저도 제 이름을 건 야구 대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내년에 하고자 현재 준비 중입니다.”



- 은퇴 후 삶을 고민하는 선수 출신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저는 실패한 야구선수입니다. 정말 짧은 시간 동안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방출 후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용기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현재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중요한 거 같아요. 인생을 돌아보면 생각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해 본 시간이 크지 않더라고요. 정말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해보길 바랍니다.

은퇴 후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에 운동 외에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도전하세요. 최선을 다해 도전해 보고 그만뒀을 때 느끼는 것이 분명있습니다. 그 배움이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출처 : 스포츠Q(큐)(http://www.sportsq.co.kr)